내가 지나온 많은 시간들 중에 친구들과의 수다거리로 만들어 지지 않거나, 인스타그램이나 일기 따위로 기록되지 않거나,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곱씹을 이유가 없었거나, 너무 오래전이라 더 이상 곱씹어 지지 않은 많은 시간들은 기억의 형태로 내 머리나 마음속에 잘 남아있지 않다. 


그러다 때때로 까맣게 잊고지내던 기억이 떠오를때가 있다. 여고생 시절의 토요일 낮, 몇 년전엔가의 사려니 숲길, 순서와 맥락없이 떠오르는 협재 바다의 기억들과, 갈피를 잡지 못하는 감정만이 깊이 기억에 남은 한 겨울의 한라산.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간 어떤 시간들 중에는 지금에서야 그 의미를 어렴풋이 알 수 있는 시간들도 존재하고, 그때엔 정말 아무런 의미가 없었지만, 지금의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시간들도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삶의 모든 시간은 의미가 없기도 하고, 의미가 없지 않기도 하다.


어쩌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추억팔이. 드라마 #한여름의추억 과 #토토가3 그리고 문득 문득 떠오르던 기억들과 아련함과 아쉬움 같은 감정들.


그 추억 속의 나와, 그 사람과, 그 공간이 살아온 시간에 대해 생각했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 지금의 나와 지금 그 사람들의 거리가 어느 정도일까 가늠해 보려했지만 쉽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이 드는 때는, 지금의 내가 상대에게 옛날 모습 그대로를 혹은 원하는 어떤 모습을 기대할 때인 것 같다. 아쉬운 마음이 드는것은 어쩔 수 없으나, 그것에 얽매이지는 말자고 생각했다. 대신 그들이 살고있는 소소하지만 찬란한 시간들을 지켜볼 여유를 가지고 살아야지.


숙소에서 우연히 읽게된 #루시드폴 의 에세이집 #모든삶은작고크다 의 담담하고 따뜻한 느낌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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