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4월 깜깜한 밤들에 내가 느낀 감정의 이름을 아직 모른다. 더 많이 슬픈 사람들과 더 많이 화난 사람들 사이에서 말로 만들어지지 않은 내 감정은 아무것도 아닌것 같았다. 한참이 지나고서야, 그 때의 내가 사실은 정말 많이 아픈 상태였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오랫동안 쌓여온 일상의 긴장이었는지, 그해 겨울 갑자기 터진 일 때문이었는지, 정말 그날 바다의 일 부터였는지, 어쩌면 그 모든것의 영향으로, 그 시기 이후로 꽤 오랜 동안 힘든 마음을 한 채 살았다. 이따금 대책없이 깜깜한 밤들이 찾아왔고, 어떤 밤에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평생 살아야할까봐, 앞으로의 삶이 아득하게 버거워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러다 루시드폴의 이 음악을 들었을 때, 어디선가 나처럼, 혹은 나보다 더 힘들게 깜깜한 밤을 보내고 있을 누군가의 삶들을 생각했다. 이 음악을 들을때면 정말 거짓말처럼 어딘가의 친구들에게 힘겹고 버거워도 무너지지는 말자고 기도하는 마음이 되었다. 작년 여름 모로코를 여행할 땐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이 음악을 듣다가 소름이 돋았는데, 모래 사막이 끝없이 펼쳐지던 사하라에서 그날의 바다와 그 친구들을 연결하게 만드는 예술가와 컨텐츠의 힘에 대해 새삼스레 생각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올해에도 4월은 왔고, 요즘의 나는 꽤 건강한 마음으로 산다. 어떤 시절엔 결코 되찾지 못할 것만 같았던 마음. 삶은 늘 기대와는 다른 형태로 오지만, 나는 지금이, 지금의 내가 꽤 마음에 든다. 내 플레이리스트의 꽤 높은 순위에 있는 이 곡을 언제나 처럼 듣다가 문득, 결국 이러한 전환도 살아서 숨을 쉬고 있어야 얻을 수 있는 행운 같은 것이었겠구나 생각했다. 힘들었던 그 밤들의 나에게 지금의 마음을 설명해 줄 수 있을까. 그 시절의 질문이 완전히 해결되거나 잊혀지지 않은 채로, 결핍이 채워지지 않았음에도 앞으로 나가는 힘을 가진 지금의 나를, 제자리를 맴돌던 그때의 나는 믿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날 바다의 일과 그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에 대해 내가 느낀 감정들을 이제는 말과 글로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늦었지만, 여전히 좀 버겁지만, 더 늦기전에, 어딘가 부딪히는 마음 없이 함께하고 기억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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