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쿵쿵, 안쿵쿵, 안쿵, 쿵, 앙큼쿵, 쿠웅~, 안사람 

어느 나른한 오후에 도착한 문자한통
'부시맨, 그들의 부족명이 쿵이래. 사람이란 뜻이란다'

우히히 왜그리도 웃겼는지 그리고 어쩜 이리도 맘에 드는지
원시적인, 노마드적인 삶을 좋아하는나.
아.. 그리고 그 뜻이 사람이라니!!

(다시한번 내 평생의 별명을 지어준 장지희오라버니께 감사하는 마음을 혼자서 가져봄)

그렇기에 인류학자들은 수렵채집부족을 찾아다니며 사람들의 과거와 뿌리를 연구하였지요. 그 가운데 칼라하리 사막 도베지역에 사는 !쿵족은 관심을 끌지요. 지구에 몇 남지 않은 수렵채집생활을 하고 있으며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인류의 가장 오래된 조상의 직계 후손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쿵족은 영화 <부시맨> 때문에 널리 알려진 부족이지요. 그러나 부시맨은 낮잡아 부르는 말로, 생각 있는 사람이라면 더 이상 쓰지 않지요.

먼저 !쿵족에서 !쿵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짚고 넘어가죠. '!음'은 치조구개음(齒槽口蓋音)으로 사람들이 아이를 어를 때 혀끝으로 입천장을 차면서 '딱딱'하고 내는 소리와 비슷해요. !쿵족은 딱쿵족이라고 발음하면 정확하지는 않지만 비슷할 거예요.

한 남자하고만 있겠다고? 우린 그렇게 안 해! [서평] 수렵채집사회에서 여성은 어떻게 살았을까? <니사>



부시맨이라고 하니까 좀 웃기긴 해도
쿵족 이야기를 알고 나니 아 뭔가 안그래도 사랑스럽던 내 별명이 이백배는 사랑스럽다.

그리고 나를 '안사람'이라 부르며 좋아라 하는 어진킨사이다의 모습도 욱김 ㅎㅎㅎ


2. i chaos i

사실, 이 아이디에 대해서 한번도 꺼내어 이야기 해본적이 없다.
가끔 아이 사이에 카오스가 있는것이 흥미롭다라던가 하는 등의
뭔가 심오한 뜻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성 발언을 하는 몇몇의 사람들이 있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 뭔가 있어보여서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같은 책을
일부러 품에 안고 다니던 그런 촌스럽고 어렸던 나름은 아름다운 시절에
뭔가 있어보이는 아이디를 만들고 싶었노라고, 말하기는 뭔가 부끄러웠던거다.

사실 ichaosi는 '혼란의 절대값'이라는 뜻이었다.
어릴때 부터 궤변을 늘어놓길 좋아라 했던 나는
어느 햇살이 눈부셨던 날에 그 말을 생각해 내고 좋아라 했었다.
근데 정말 아직까지도, 아니 어쩌면 영원히 저 한글을 해석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이 어이상실의 기분을 뭘까 ㅋㅋㅋㅋㅋㅋ
(아. 솔직하고 쿨한척 이 글을 쓰면서도 자꾸만 부끄러워 글이 어그러진다 ㅋㅋ)

노짱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일주일동안
대혼란에 빠져있던 나는 하루에도 몇번씩 타이핑 하는 내 아이디를 써놓고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십년도 더 전에 만들었던 아이디가
꼭 지금 내 마음과 같다. 그랬더니
진영이 이렇게 말했다.

'왜 님은 두명의 아이 사이에 혼란을 두고 사는겨. 왜 사서 고생이니 정말'

음. '혼란의 절대값'보다는 훨씬 설득력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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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주, 새로운 한달의 앞에서.
나에게 스물일곱의 오월은
바닥을 치고 올라와 햇살을 마주하는 때이기도
딱 한마디로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대혼란 (i chaos i)이 들이닥친 때이기도 한데,

오월의 마지막날 밤
이렇게 오월을 보내려니
아쉬움도 후련함도 아닌
아. 이건 뭐지?

잊지 못할 스물일곱의 오월
나에게, 우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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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기록 하지 않으면 또 오랜 시간 이런저런 기록물들을 들추며 시간을 허비 할 것 같아 일기를 쓴다.

1.
이상하게 뭔가 큰일을 해야할때, 혹은 보고서를 마무리 해야할때
너무 압박감이 크고 감당하기 힘들어 보여서, 그것을 피해 딴짓을 할때가 많은데
이러한 습관은 나를 가장 불편하게 하면서도 가장 고치기 힘든 습관인것 같다.
나는 이것이 너무 불편하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서라도 개선을 하고 싶다.

2.
'네 자신에게 관대해 져라'
안대망은 며칠동안 반복적으로 저 문장을 내게 이야기 했다.
어느정도 공감하면서도 일부 공감이 되지 않고
어느정도 내가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것이 맞는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3.
여러번, 반복해서 이야기 하듯 어찌보면 '기적같은' 5월을 보내고 있는 나
피정에서 만난 사람들을 관찰하며 발견했던 '종교'에 대한 안쿵쿵식 관점으로 해석하건,
어제 밤에 침튀기며 이야기한 노장사상의 관점에서 보건
어쨋든 확신하는 것은 인간의 자기 치유능력은 실로 대단하다는 것
(성서의 표현을 빌자면 정말 믿는 만큼 구원된다는 것)

정말 재미있는 것은,
마음속 깊이 깨달음을 얻고, 변화해야 한다는 강한 열망을 가졌을때
결국 내가 도달하고 싶은 모습은 오래전 부터가져왔던 '안쿵쿵 본연의 모습'이라는 것
'변화'를 하면 전혀 새로운 어떤 행동, 전혀 새로운 어떤 실천으로 전혀 새로운 나의 모습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곱씹어 보니 보다 더 안쿵쿵 본연의 매력으로 돌아가기 위해 새로운 어떤 행동이나 실천을 하려 했었구나.. 하고
느껴졌다는 것.

4.
생일날은 조금 아팠다.
문자한통을 받고 잠을 설쳤고, 잠자는 내내 조금 아팠다.
사과를 하는 것과 용서를 하는 것과 화해를 하는 것이 다르듯
상처를 치료하는 것과, 면역이 생기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상처가 아무는 것이 더딘것이 아니니까, 스스로에게 화내는 실수를 하지 말것
다만, 아직 예방접종을 맞기에는 불안한 내 마음을 인정하고 도닥일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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