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들은 새로운 지역에 방문하면 그곳의 시장을 방문해 본다고 한다. 시장을 방문해 보면 그 지역 사람들의 입맛이 어떤지 금방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내 여행객이 부쩍 늘었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요즘, 우리의 전통시장도 여행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그러고 보면 시장만큼 그 지역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곳이 있을까 싶다. 전국의 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순대국밥이나 국수처럼 전국적으로 인기가 있는 아이템을 확인하는 한편으로, 강원도 지역 시장의 곤드레 나물과 수수부꾸미, 벌교장의 꼬막처럼 그 지역의 지리적 특성과 지역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연상하게 하는 아이템들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제주도의 시장을 방문 했던 날, 나는 이 세상에 그렇게 많은 종류의 모자와 두건, 그리고 마스크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시장에서 셀 수없이 많은 종류의 알록 달록 예쁜 모자들을 마주하니 한국지리시간에 습관적으로 외웠던 ‘돌과 바람과 여자가 많은 제주도’가 떠오른다. 그러자니 옆에 있는 친구가 ‘제주도의 햇빛은 육지 햇빛보다 아주 강렬해서, 낮에 밭을 매러 나갈 때 머리를 가려 주지 않으면 안돼’ 라고 귀띔한다. 예로부터 돌과 바람과 여자가 많기로 유명한 제주도, 우리나라 남쪽 끝 더운 섬나라. 바람과 함께 달려드는 돌조각이 따가워서, 아님 뜨거운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제주도의 여인네들은 어여쁜 모자와 어여쁜 두건과 어여쁜 마스크를 만들었겠지.


  2009년 홍익대학교에서 시장에 대한 재미있는 시각이 돋보이는 석사논문이 하나 나왔다. Let’s enjoy the performance market(부제 : Design the new market system and product, 이승연 ) 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저자는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의 장면과 시장에서 발견되는 몇 개의 인상 깊은 장면들을 연극의 요소들과 연관시키는 작업을 했다.

 실제로 나는 인천에 있는 신포시장에서 4명의 닭강정 요리사가 쉴 새 없이 닭 강정을 만들 때, 수유시장의 한 가게에서 일하는 만두 빚기의 달인이 리듬을 한 번도 흐트러트리지 않고 만두를 빚을 때 그것이 꼭 한편의 퍼포먼스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자연스레 내가 음악을 들으며 리듬을 타고 있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기타노다케시의 영화 자토이치에 나왔던 밭 매기 퍼포먼스 장면처럼.

  한동안 식음료 업계에서 ‘오픈 쿡’스타일의 주방을 가진 레스토랑이 꽤 인기였다. 주방을 오픈함으로서 소비자에게 재료의 신선도와 청결을 보증한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주방을 오픈하는것 자체가 소비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찌보면 우리의 전통 시장에서는 ‘오픈 쿡’이 전혀 새롭지도, 색다르지도 않은 익숙한 방식의 공간디자인이다. 수십개의 ‘오픈 쿡’ 음식점이 한데 모여 있는 광장시장을 아시는지? 저녁 무렵, 수십개의 ‘오픈 쿡’에서 뿜어대는 새하얀 연기 사이에서 빛나는 백열등과 침이 꼴깍 넘어가게 하는 냄새와 치익- 치익- 지지미 붙여지는 소리는 떠올리기만 해도 얼마나 행복한지. 달인의 경지에 이른 아지매의 현란한 부침개 부치기 퍼포먼스와  ‘좀 푹푹 떠먹어, 남기지 말고!’라고 외치는 애정 어린 잔소리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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