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윈도자매 #이별편지


내 동생, 내 동거인, 내 절친 해삼이가 떠난다. 에콰도르로! 😢


#쇼윈도자매 의 인스타에 기록되지 않는 대부분의 시간들은 대체로 고군분투, 불확실과 불안, 주저함과 초조함 같은 감정들로 채워진다. 그것은 별볼일 없거나 하기싫은 일을 할 때 뿐 아니라, 그럴듯한 일을 하거나 좋아하는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 수준으로 나타난다. 오히려 많이 기대하거나 좋아하는 일, 남들이 보기에 그럴듯 한 일에서 때때로 말못할 어려움이 배가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여러 경험을 통해 알게되고야 말았지 ㅋㅋㅋ

어차피 어떤 삶을 살든 대부분의 시간이 고통스러운 것이라면, 같은 시간을 고통 받더라도 스스로가 감당할 가치가 있는, 불확실과 고군분투 속에서도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는 순간을 심심찮게 마주할수 있는 삶의 조건과 환경을 찾아 내는 것이 우리 인생의 중요한 숙제라 생각한다. 이는 무슨 일을 할 것인가의 문제라기보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을 하든 자기 다울 수있는 조건을 찾고 환경을 만들어가는 능력의 문제랄까. 그리고 그 능력이 생겨나기까지 수없이 많은 맨땅의 헤딩과 시행착오를 필요로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는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동시에 그녀의 자리로 돌아간다. 이 커다란 선택을 하기까지 새로운 길에 나서기를 멈추지 않았던 그녀의 이십대에 존경의 박수를, 삼십대는 더 새롭고 불확실의 연속일게 뻔하지만 눈앞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나갈 그녀의 삼십대를 온마음을 다해 응원한다! 


에콰도르에서도 분노와 짜증, 불안과 초조의 시간이 없을리가 없겠지 ㅋㅋㅋ 그럴때 마다 내가 여기 있다는걸 잊지말도록해!! (아 오그리토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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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책을 모로코에 들고 온 것은 정말 잘 한 일인것 같다. 싯다르타는 20대 초반에 굉장히 감명깊게 읽었던 책이고, 데미안은 청소년 권장도서였던 덕분에 청소년 시절 부터 몇번을 읽어보려 노력했지만, 한번도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던 책이다. 


드디어 공감이 가능했던 #데미안 속의 이야기들은 최근 몇년간의 내 고민들과 상당히 연결되어있다고 느꼈는데, 그래서 어딘가 모르게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청소년기를 이제서야 지난게 틀림없다. (나름 100세시대에 대비한걸로 치자 ㅋㅋ)


35세에 다시 읽게 된 #싯다르타 에서는, 20세때 결코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청소년인 아들을 두고 싯다르타가 괴로워 하는 장면들. 그러나 그러한 경험들도 곧 수행이라고 깨닫던 장면들. 지난 겨울에 막둥이랑 둘이서 치앙마이에 살다 온 이후로, 누군가의 부모가 되는 것, 책임을 가지는 어른이 되는 것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더 나 답게 살기 위해서 관계를 제한하기 보다는, 어떤 내가 가능한지를 책임을 갖는 관계 안에서 경험해보는 것이 나라는 사람이 더 선호하는 삶의 방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관계야 말로 가장 밀도있고 과격하게 알을 깨는 경험이 아니겠는가! 불과 2-3년전엔 그게 정말 너무 무서웠는데, 나 마음이 정말 건강해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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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8



을 잃기 위해 걷는 곳이라는 #모로코 #페스 의 메디나. 인적이 드문 좁은 길로 호기롭게 들어가다 막다른 골목을 마주하기도, 알수없는 경로로 목적지에 다다르기도 하다가 색다른 풍경과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

그러고 보면 난 공부하다가도 자주 길을 잃는 사람인데, 페스의 메디나에서 길을 잃으며 걷다가 문득, 길을 잃는게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 했다면 조바심 대신 더 새로운 즐거움들을 발견하고 즐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우리에게 삶이란 본디 길을 잃는 것이라고, 잘 닦여진 큰 길은 그럴듯하고 빠르기야 하겠지만, 제각기 다르고 아름다운 사람들에게 연결되는 작고 좁은 길들이 있어 우리 인생은 재미있는 것이라고,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길을 헤매야 한다고 이야기 해주었다면 우린 좀 덜 불안하지 않았을까. 우린 좀 더 주변을 둘러 보며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사람이지 않았을까. 


#이번여행의테마는어쩌다불안 #왠지모르게헤세의싯다르타를챙겨온나는인샬라 #애니웨이인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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