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의 가방엔 책이 많았고, 이원의 캐리어엔 어떤 순서로 발라야 하는지 헷갈리는 화장품들이, 내 가방에는 알록달록한 천조각들이 가득했다. 이렇게 다른 아이들이었다. 11년을 알고 지내면서 우린 정말 달라.라고 종종 말하곤 했지만 셋이 함께 여행을 하면서 새삼 정말 다르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많았다. 그리고 대체로 여행중 빵터지거나 만족스러운 순간들은, 서로 다른 각자가 신나서 벌인일에 함께 신나거나, 늘 뜬금없이 시작되고야 마는 인생수다(라 쓰고 워크숍이라 읽는다) 시간들이었다. 세상에 대해 다른 시각과 관점을 가진 우리라서, 따로 또 함께 차곡차곡 누적해온 기억들을 공유한 우리라서 참 좋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우리가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낸 곳은, 불교가 국교인 나라이지만, 하루에 몇번이고 온동네에 이슬람 기도 시간을 알리는 아잔 소리가 울려퍼지는 태국 남부 끄라비의 한 마을이었다.


작년 성탄절에 힌두사원이 포함된 불교사원에서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던 밤에, “오늘 밤 처럼 내년에도 조화로운 한해가 되길, 나 다움을 유지하면서도 타인과 조화를 이루는 내가 되길, 그러나 나와 타인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자기를 속이거나 숨기지 말기를, 그런 삶이 가능한 사회가 되기를” 기도했었다. 올해는 나의 관계들 속에서 내 기도를 스스로 실천하며 살았구나, 새삼 뿌듯해 졌다.


모두들 수고 많았어. 올 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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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부부 가 끝났다. 몇주동안 눈물콧물 다흘리며 본 드라마 😢


얼마전에 누군가 그랬다. 우리 삶의 어떤 아쉬움과 후회들은, 삶의 선배들의 충고들로 결코 미리 대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결국은 그 시간을 겪어야 수많은 말들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고. 그래서 우리는 머리로 이해한척 하면서 마음으로 이해하지 못했던 그 시간들과 선택을 더 아쉬워 하는 걸까. 시간을 돌린다면 나는 다른 선택과 행동을 했을까.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무엇을 아쉬워 할까.


그러나 드라마와 다르게 우리의 삶은 계속 앞으로 간다. 새삼 와닿는 #바람의노래 가사처럼 내가 아는 건 지금 여기서 살아가는 방법 뿐. 세상과 관계는 어차피 내 통제 밖에 있고,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나를 비켜갈 수 없는 것이라면,


아쉬움과 후회를 최소화 하려 노력하는 것이 더 나은걸까, 아님 아쉬움과 후회로 그 다음의 삶과 주변의 사람들을 돌아보는 삶이 더 나은 걸까. 우리의 삶이 예측가능하다면 전자가 행복에 도움이 될 것 같으나, 어쩔수 없이 우리가 더 잘 할수있는 것은 후자인것 같다.

#앗 그래서 중년기에 생성감욕구가 중요해지는가 ㅋㅋㅋ 

이러나 저러나 그래서 #해답은사랑인가요#나는야박애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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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부터 이 생각을 한지 모르겠지만, 모로코를 여행 하는동안 좋은쪽으로와 나쁜쪽으로 모두 이제 나는 어른이 된것 같다고 느꼈다.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어린 친구들의 모습에 내 모습을 빗대어 보면서, 삶의 경험들이 헛되이 쌓인 것은 아니구나하고 느꼈던 것이 좋은 쪽이었다면, 이제는 더 고생스럽거나 도전적인것에 덜 도전하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던 것이 나쁜 쪽이었다. 그렇지만 그것이 막 좋거나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고, 아쉽거나 슬픈 마음도 아니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아쉽지 않았던 것은, 내가 스스로 좋아하는 나의 아이같은 모습들이 어른이 된다고 해서 없어지지는 않는 그냥 내 모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여겼던 내 모습들은, 어쩌면 그것이 아직 어른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났던 모습이 아니라 그냥 자연스러운 내 모습일것이다. 여행을 하는 어떤 순간 순간, 내가 지금 보다 어린 시절에 그랬던 것과 같이, 아이처럼 감정을 살려낼 수 있다는 점에 감사했다. 문득 할머니가 되어서도 양갈래 머리가 잘 어울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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