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나온 많은 시간들 중에 친구들과의 수다거리로 만들어 지지 않거나, 인스타그램이나 일기 따위로 기록되지 않거나,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곱씹을 이유가 없었거나, 너무 오래전이라 더 이상 곱씹어 지지 않은 많은 시간들은 기억의 형태로 내 머리나 마음속에 잘 남아있지 않다. 


그러다 때때로 까맣게 잊고지내던 기억이 떠오를때가 있다. 여고생 시절의 토요일 낮, 몇 년전엔가의 사려니 숲길, 순서와 맥락없이 떠오르는 협재 바다의 기억들과, 갈피를 잡지 못하는 감정만이 깊이 기억에 남은 한 겨울의 한라산.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간 어떤 시간들 중에는 지금에서야 그 의미를 어렴풋이 알 수 있는 시간들도 존재하고, 그때엔 정말 아무런 의미가 없었지만, 지금의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시간들도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삶의 모든 시간은 의미가 없기도 하고, 의미가 없지 않기도 하다.


어쩌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추억팔이. 드라마 #한여름의추억 과 #토토가3 그리고 문득 문득 떠오르던 기억들과 아련함과 아쉬움 같은 감정들.


그 추억 속의 나와, 그 사람과, 그 공간이 살아온 시간에 대해 생각했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 지금의 나와 지금 그 사람들의 거리가 어느 정도일까 가늠해 보려했지만 쉽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이 드는 때는, 지금의 내가 상대에게 옛날 모습 그대로를 혹은 원하는 어떤 모습을 기대할 때인 것 같다. 아쉬운 마음이 드는것은 어쩔 수 없으나, 그것에 얽매이지는 말자고 생각했다. 대신 그들이 살고있는 소소하지만 찬란한 시간들을 지켜볼 여유를 가지고 살아야지.


숙소에서 우연히 읽게된 #루시드폴 의 에세이집 #모든삶은작고크다 의 담담하고 따뜻한 느낌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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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도시로 다시 등극한 #방콕 여기 와서 사진을 거의 안찍었다는 사실을 오늘 깨달았는데, 아마 어차피 다시 올거라서 그랬나봐 ㅋㅋㅋ 안녕 방콕. 곧 또보자. 


방콕에 있는 일주일 동안은, 외부 일정을 하루에 하나씩만 잡았다. 대체로 우리의 하루는 대낮의 루틴워크 1부와, 한밤의 어매이징 방콕투어 2부로 나누어 지는 단순한 구성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바빠서 (아마도 너무 부지런한 우리들이라서 ㅋㅋㅋ) 신년 계획, 글쓰기, 사업 구상 등 맘속으로 계획만 했던 일들을 4일째쯤 되어서야 그냥 포기하고 그냥 눈앞의 방콕을 즐기는데 전념하기로 마음먹었다. ㅋㅋㅋ 

이번 방콕 여행에서 나는 규모가 큰 공간들이 지역의 상인과 예술가들에게 열려있다는 점에, @yiwony는 그 커다란 공간들에 제각기 다른 콘텐츠가 채워져 있다는 것에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 무엇이 그렇게 좋았던 것일까 곰곰히 생각해 보니, 단순하고 평범한 것에서 부터 독특하고 신기한 개개인의 취향들이 소수의 커뮤니티에 머물거나 분리된 공간에 채워지는 방식이 아니라, 볼륨감 있는 큰 규모의 광장에 다양한 결로 펼쳐지는 것. 그 자체가 너무 좋았다. 그것이 이질적인 것이 아니라 조화롭게 느껴지는 것은, 그것이 원래 전통적인 시장의 본질이어서 그럴 수도 있고, 어쩌면 태국 사람들 특유의 형식미에 대한 감각 때문일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몇년전부터 느낀거지만 태국 정부가 디자인과 크리에이티브 산업에 엄청난 투자를 하는듯 해보인다. 특히 방콕 크리에이티브 디자인센터는 규모도 규모지만, 센터의 역할과 관련한 아카이빙과 서비스의 접근방식이 굉장히 훌륭하다고 느껴졌다. 태국 정부의 예술산업정책에 대해 아시는분 저한테 정보좀 주세요! 


#휴가끝 #잘쉬었다 #올해는박사논문써요 #레알#암시리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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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다. 

2017년의 마지막 밤엔 조용히 촛불을 켜고, 의미를 알 수 없는 법회소리를 명상음악처럼 들으면서, 용도를 알 수 없는 종이에 새해 소원을 적었다. 우리가 그렇게 했으니까, 그대로 의미가 생긴셈이다.

흔들리는 초를 한참동안 바라보면서, 내가 사랑하는 모두가 한 해를 잘 살아주어서 고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소원 종이에는 올해도 자연스럽게 살자고 적었다. 우리 애쓰지 말고, 행복하려고 너무 애쓰지 말고, 그냥 눈앞의 일들에 최선을 다하면서 살자. 세상의 속도에 때로 후달리더라도, 내 옆의 가족과 친구들과 손을 잡고 페이스를 다시 맞춰보자. 때로 힘들땐 옆에 가만히 있어주고, 때때로 빵터지게 즐거운 일들을 함께 하자. 당신들이 살아주어서, 각자의 세계에 따로 또 함께한 기억들이 흔적처럼 쌓여서,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지금의 내가 좋고, 앞으로 당신들과 함께 할 시간들에 설렌다. 

고마워요. 고맙습니다.

새해아침부터 한국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왔고, 나의 올해는 또 어떻게 될지 고민하느라 바쁜 새해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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