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등행렬시 마지막으로 비가 온건 20년도 더 전의 일이라고 한다. 처음 연등축제를 알게되었을때 가장 인상깊었던 것이 연등행렬땐 비가오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는데 오늘 그 법칙이 깨졌다. 


비가와서 투덜거리며 종로거리로 나갔는데, 그 마음이 무색할만큼 오늘의 축제가 좋았다. 비가와도 흥이 나던 사람들과, 비가 와도 환대 하는 사람들이 뿜어내는 에너지에 내 마음이 꿈틀하는 순간들이 좋았다. 십년전엔가, 폭우가 쏟아지던 제천 호숫가에서 벌어졌던 광란의 파티가 자꾸만 생각났는데, 아마 오늘의 연등행렬도 누군가에겐 오래도록 떠올려지는 기억이 되겠구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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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길이되려면 


어젠 마음이 좀 복잡하여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는데, 그러다 손에 잡힌 이 책을 홀린듯이 읽었다. @ricovacilon 이 읽다 내생각이 났다며 선물해준 책! 사회구조와 환경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사회역학자의 이야기는, 사회문화적 맥락이 마음과 사고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사회심리학도에게 꽤 흥미롭기도, 공감이 가기도, 뭔가 외롭지않다는 느낌을 들게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내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저자 #김승섭 님의 연구자로서의 태도와 그와 관련한 고민의 과정들. 당장은 아무것이 아닌 작은일인것 같아도, 작디 작은 한 걸음들이 모여 결국은 상황을 바꾼다. 혹은 그럴수 있다는 믿음이 어려운 한 걸음을 내딛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 생각하고, 연구하고, 말해야 한다. 지금 당장 많은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이야기라도, 그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 시간이, 자리가, 귀를 기울이고 함께 대화를 나누는 믿을만한 동료들이 있다면 한 걸음을 내딛기에 충분하다.


어제밤엔 그간 골치아팠던 일로 지도교수님과 메일을 주고받다가, 성숙한 사람의 문제해결방식은 어떤 것일까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성숙한 행동과 미성숙한 행동, 성숙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따로 존재한다고 가정할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접근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행동하는 것이 보다 성숙하게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우리가 가져야하는 태도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때도맞고지금도맞다 고 이야기 해주는 정꼼꼼 교수님의 제자인 것이 매우 뿌듯한 밤이었다 ㅋㅋㅋ (이게 정말 하고싶었던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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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4월 깜깜한 밤들에 내가 느낀 감정의 이름을 아직 모른다. 더 많이 슬픈 사람들과 더 많이 화난 사람들 사이에서 말로 만들어지지 않은 내 감정은 아무것도 아닌것 같았다. 한참이 지나고서야, 그 때의 내가 사실은 정말 많이 아픈 상태였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오랫동안 쌓여온 일상의 긴장이었는지, 그해 겨울 갑자기 터진 일 때문이었는지, 정말 그날 바다의 일 부터였는지, 어쩌면 그 모든것의 영향으로, 그 시기 이후로 꽤 오랜 동안 힘든 마음을 한 채 살았다. 이따금 대책없이 깜깜한 밤들이 찾아왔고, 어떤 밤에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평생 살아야할까봐, 앞으로의 삶이 아득하게 버거워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러다 루시드폴의 이 음악을 들었을 때, 어디선가 나처럼, 혹은 나보다 더 힘들게 깜깜한 밤을 보내고 있을 누군가의 삶들을 생각했다. 이 음악을 들을때면 정말 거짓말처럼 어딘가의 친구들에게 힘겹고 버거워도 무너지지는 말자고 기도하는 마음이 되었다. 작년 여름 모로코를 여행할 땐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이 음악을 듣다가 소름이 돋았는데, 모래 사막이 끝없이 펼쳐지던 사하라에서 그날의 바다와 그 친구들을 연결하게 만드는 예술가와 컨텐츠의 힘에 대해 새삼스레 생각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올해에도 4월은 왔고, 요즘의 나는 꽤 건강한 마음으로 산다. 어떤 시절엔 결코 되찾지 못할 것만 같았던 마음. 삶은 늘 기대와는 다른 형태로 오지만, 나는 지금이, 지금의 내가 꽤 마음에 든다. 내 플레이리스트의 꽤 높은 순위에 있는 이 곡을 언제나 처럼 듣다가 문득, 결국 이러한 전환도 살아서 숨을 쉬고 있어야 얻을 수 있는 행운 같은 것이었겠구나 생각했다. 힘들었던 그 밤들의 나에게 지금의 마음을 설명해 줄 수 있을까. 그 시절의 질문이 완전히 해결되거나 잊혀지지 않은 채로, 결핍이 채워지지 않았음에도 앞으로 나가는 힘을 가진 지금의 나를, 제자리를 맴돌던 그때의 나는 믿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날 바다의 일과 그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에 대해 내가 느낀 감정들을 이제는 말과 글로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늦었지만, 여전히 좀 버겁지만, 더 늦기전에, 어딘가 부딪히는 마음 없이 함께하고 기억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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